이제는 제법 잘 걸어 다니고 종알거리며 한창 말을 배우기 시작한 딸을 보는 미혼모 진영씨(가명)의 눈에서는 안쓰러움이 묻어난다.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엄마는 18세 때 남자친구를 만나 뜻하지 않은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몰래 낙태수술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망설임이 생겼다. 뱃속에서 아기가 꿈틀거릴 때마다 마음이 요동쳤다. 점차 커지는 태동은 나를 죽이지 말라고, 내가 이렇게 살아있다고 아우성치는 것만 같았다.
결국, 진영 씨는 몰래 집을 나와 미혼모 시설을 찾았다. 출산은 결코 쉽지 않았다. 형언할 수 없는 진통이 밀려왔고, 아이도 세상에 밀려나왔다. 딸 아이였다. “쌕~ 쌕”. 잠든 아가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마음만큼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입소 기간이 만료돼 시설에서 나온 진영씨는 친정과 시댁에 도움을 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외려 아빠란 사람은 폭력까지 써가며, 거리두기를 했다.
학업과 육아의 병행은 불가능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라고 해야 했는데 그건 더더욱 불가능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아이가 심하게 보챌 때면, 스스로 감정조절을 못하고 소리 지르는 일도 잦아졌다. 결국, 의사로부터 우울증 판정까지 받는다.
이 힘든 상황, 진영씨에게 한 줄기 빛이 된 것은 ‘가정위탁지원센터’였다. 위탁부모님이 자신의 아이를 잠시만 맡아 키워준다면 그동안 생활도, 취업준비도 가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위탁부모에게 맡겨졌다. 아이는 웃으며 진영씨 곁을 떠났다.
위탁부모의 손을 잡고 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진영씨는 흐르는 눈물을 감춰야 했지만, 아주 잠깐의 이별이었기에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진영씨는 “아이가 좋은 위탁부모에게 맡겨진 것 같아 안심이 된다”며 “앞으로 많이 힘들겠지만, 저와 아이 모두 힘들겠지만 머지않아 같이 지낼 그날을 기다리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해체와 경제난 등의 이유로 위기가정의 아동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 기간 아동을 맡아 주었다가 다시 친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가정위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 17개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1만4천340명의 아동·청소년이 위탁가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이중 2천451명이 경기지역 아동이다. 자신의 호적에 등재해 자녀로 키우는 입양과는 달리 가정위탁은 아동을 주민등록상 주소만 옮겨 동거인 자격으로 키우는 것으로 입양과는 다른 개념이다.
경기가정위탁지원센터 관계자는 “가정위탁은 아동·청소년의 정서적 안정과 원 가정 복귀를 목적으로 입양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며 “많은 부모님들의 관심으로 진영씨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가정에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힘든 사정으로 아동을 키울 수 없는 분들과 위탁부모가 되고자 하시는 분들의 내방 및 전화 상담이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경기가정위탁지원센터(031-234-3980)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