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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버림받은 위기아동…"보호시설 아닌 가정이 필요해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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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7,099회   작성일 : 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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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위기아동…"보호시설 아닌 가정이 필요해요"


 


'요보호아동' 한해 6천명…대부분 가정 대신 시설로
선진국은 '가정위탁' 제도화…한국도 제도 개선 '절실'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지역사회가 직접 나서 아동학대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찾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면서 가정위탁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정위탁이란 학대 등으로 인해 위기에 몰린 아동이 친가정에 복귀하기 전까지 다른 가정에서 위탁 양육하는 아동복지서비스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일부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다.


전문가들은 턱 없이 낮은 양육지원비를 현실화해야 일반 가정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엾은 아이들…제자식처럼 돌보는 위탁가정


지난 2003년 3월, 아버지의 수감과 어머니의 가출로 인해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지게 된 A군 삼형제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다.


A군 삼형제처럼 미혼모 가정, 학대, 부모 이혼 등의 이유로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없게 된 아이들은 '요보호아동'으로 분류된다.


아동복지법은 광역·기초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요보호아동을 조부모나 친인척 등 연고자 가정에, 연고자 가정이 없으면 일반 가정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군 삼형제의 큰아버지를 비롯한 친인척들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갈 곳 없던 A군 삼형제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은 사람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웃, B씨였다.


지역 교회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B씨는 가정위탁을 신청, A군 삼형제를 자신의 집에 데려다 장성할 때까지 12년을 돌봤다.


A군은 중학교 2학년이던 당시 "예전에는 소풍을 가더라도 점심을 먹지 못했는데 위탁어머니께서 점심을 싸주셨다. 소풍을 다녀왔다고 반갑게 맞아주기도 했다"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위탁어머니가 채워주셨다.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는 고아가 됐을 것이다"라고 편지형태의 글을 남겨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가정대신 시설로…발길 돌리는 아이들


28일 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만713곳의 가정에서 1만3천743명의 아동을 보호하고 있다.


이중 친·외조부모가 맡는 '대리양육가정'에서 9천164명, 8촌 이내 친인척이 돌보는 '친인척가정'에서 3천586명을 각각 양육, 전체의 92.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A군 삼형제처럼 일반 가정에 위탁된 아동은 993명에 불과하다.


그러는 사이 요보호아동은 해마다 6천여명씩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연고자 가정이 없는 요보호아동의 경우 대부분 시설로 보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 지난 2014년 말 기준 전국 아동복지시설 278곳에 1만4천630명(정원 2만2천85명), 그룹홈 476곳(정원 3천267명)에 2천588명의 아동이 입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지난해 8월부터 개정된 법이 적용돼 시설의 경우 아동 1명당 거실 면적이 3.3㎡이상에서 6.6㎡이상으로 넓어졌고, 침실 1개당 정원이 6명 이하에서 3명 이하로 줄어드는 등 기준이 2배로 강화되면서 시작됐다.


아직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개정된 법을 따르면 대부분 시설을 사실상 포화상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시설마다 아이들이 밀려들다 보니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양육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며 "가정위탁에 우선 배치해야 하는 만 2세 미만의 요보호아동이 시설에 맡겨지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양육지원비 턱 없이 부족…"제도적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턱 없이 낮은 양육지원비 때문에 일반 가정의 가정위탁 신청이 저조하다고 지적한다.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탁가정에 지급되는 양육지원비는 12만원이 전부다. 기초생활수급비를 합쳐도 한 달 40여만원 남짓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셈"이라며 "양육지원비를 현실화해야 가정위탁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엔에서도 가족과 분리된 아동을 입양 혹은 위탁해 가정에서 키울 것을 권고한다"며 "미국의 경우 모든 요보호아동을 'foster care(가정위탁)'해 아이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고 덧붙였다.


김승현 경기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은 "요보호아동 주요발생 원인은 미혼모, 학대, 부모이혼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 친가정 복귀가 불가능하거나 복귀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셈"이라며 "대신 키워줄 조부모나 친인척이 없는 아이들은 가정에 비해 소속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시설로 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양육지원비가 턱 없이 낮다 보니 일반 위탁가정에서는 사명감만으로 아이를 돌보고 있다"며 "잇따르는 아동학대 사건 피해자 등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